※ BL 오메가버스에 대한 언급이 있으니 열람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두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으니 열람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이노센트 히트」
공 : 윤이제 (알파)
데뷔 4년차 배우. 소꿉친구 정현오와 함께 동거중이며, 미디어에게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려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오점 하나 남기지 않는 완벽주의자 (로 보이고 있으)나, 정현오에게만은 연인 못지않은 스킨십을 갖고 일명 '베타 테라피'를 받고 있다.
수 : 정현오 (베타)
강압적인 알파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평생을 알파가 되기를 강요당했으나, 성인이 되고 완전히 베타로 정착한 후부터는 달관한 듯이 살고 있다. 직업은 대기업 주임 (일명 정 주임님)
이 작품의 최고의 재미점? 포인트는 역시 정현오가 윤이제에게 페로몬 샤워를 받으며 소꿉친구로부터 변해가는 관계성이 아닌가 싶다. 사실 원래부터 윤이제와 정현오가 연인 못지않은 딥 스킨십을 나누는 건 이미 얘네 사귀는 거나 다름없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필요했는가 싶기는 하지만ㅡ..
그리고 인상적인 점중 하나는 아버지의 속박에서 스스로 (어느정도 이제의 푸쉬가 있긴 했지만) 벗어나는 현오의 모습이었다. 알파든, 베타든, 오메가든 어떤 형질을 가지든 이제가 자신을 영원히 사랑해줄 것임을 알기에, 또 어떠한 형질을 가지든 개의치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주변 사람들이 있기에 현오가 정신적인 성장을 해내는 장면은 좋았다. 정현오의 가정처럼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마음대로 조종하려 드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자주 있는 모습이기에, 윤이제의 사랑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구성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다만 위에서도 말했듯 이미 이제와 현오가 처음부터 연인 못지않은 무드를 가지고 서로를 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거를 소꿉친구>연인 물로 봐야되는 걸까? 하는 의문점은 들었다. ㅎ 물론 정확환 관계로 보아서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것은 맞지만, 이미 애초부터 둘은 정상적인 친구관계라고 하기엔 살갗(?)이 이미 마찰하는 사이였으므로..
사실 스토리적인 흐름이나 정서표현은 인상적이기까진 않았고, 필요한 것만 표현된 느낌이었다. 다만 내가 후기까지 적게 된 이유는.. 성관계 묘사가 좋았다. 소꿉친구에서 선을 넘기 직전의 긴장감 섞인 관계, 러트와 히트가 온 상태에서 서로를 부숴버릴 것만 같은 격렬한 관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나누는 관계 등 오메가버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관계들을 보았지만 장면 하나하나의 묘사가 매우 자세하고 흐름이 매끄러워서 읽기가 편하고 재밌었다. 자세한 것까진 이 글에 적을 수 없지만..
그리고 주변 캐릭터들에게도 일반적인 BL소설에서 보는 것보다 서사가 있어서 좋았다. 특히 정현오의 상황과 정 반대로 알파 집안에서 태어난 오메가임에도 불구하고 곧바르게 자란 이세한, 윤이제의 극렬 팬이지만 절대로 선을 넘지 않는 이아름 등 현오에게 정신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이아름의 윤이제 덕질관은 더 들어보고 싶을 정도 (ㅋㅋ
「문 앤 백」
공 : 문시진 (25세)
경영학과 배출 최고의 알파. 자기통제능력이 강하고 매사에 계획적인 완벽주의자. 학교에서는 잘생기고 사교성 높기로 학과 불문하고 인기가 많고, 이미 졸업 전부터 여러 펌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을 정도로 능력인이다. 어렸을 적 자신의 집 개인 해피를 만나러 왔던 해준과 우연히 친해져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좋지 않은 계기로 하루아침에 이별했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 같은 학과에 후배로 입학한 해준을 조우한다.
수 : 백해준 (20세)
어머니는 자신을 낳다가 사망했고,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가정폭력을 당하다 할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도망쳐나왔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며 아버지의 귀가 시간을 일부러 피하던 해준은 우연히 가게 된 옆 동네 집에서 뛰놀던 개 해피를 발견하고 함께 놀며 자주 들르다 집 주인의 아들이었던 고등학생 시진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오메가인 자신을 팔아넘길 거라 협박하던 아버지의 횡포에 못 이겨 할머니와 집을 도망쳐나오게 되면서 시진과 헤어지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대학 선배로 시진을 재회하게 된다.
일단... 비교적 답답한 구간 없이 매끄럽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던 「이노센트 히트」 와는 반대로, 「문 앤 백」 은 고구마가 상당히 심하다. 후회공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면 재밌게 읽을수는 있을 것 같다.
일단 문시진이 백해준을 보송보송 솜털 난 아이 때 보다가 갓 성인이 된 후에 만나게 되어 비로소 시진이 해준에 대한 연애 감정을 본격적으로 조우하게 되는 시기가 무려 마지막 권이다... (4권) 1~3권? 문시진은 백해준을 계속해서 동생으로만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건 다 해서(성관계), 해준은 시진이 자신에 대해 연애 감정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 계속해서 시험당하고, 문시진은 자신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을 해준이 품고 있음을 앎에도 그 마음을 이루어지게 해줄 순 없지만, 자신의 곁에는 계속 있으라고 강요한다. 문시진은 진심으로 개쓰레기가 맞다...
내 곁에만 있어라, 열심히 알바하지 말고 내게 기대라, 내 유학길에도 함께 따라와라, 등등 해준을 자신에게 구속하려는 성향을 계속 보이지만, 정작 해준이 표현하는 사랑에는 착각이라 말하며 답하지 않고, 사랑이란 거짓되고 알량한 구슬림에 불과하다며 해준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폄하한다. 시진이 이토록 사랑이라는 단어에 혐오감을 보이는 것에는 시진의 가정환경이 영향을 미치기는 했으나, 해준의 인격이 망가질 정도로 해준의 마음을 갖고 논 것은 사실이기에 면죄부를 도저히 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도 천진하고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해준이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느끼면서까지 시진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시진의 얼굴에 대놓고 '보고싶지 않다' 라는 말을 내뱉으며 괴로워하게 만든 문시진을 3권까지 읽으며 극도로 혐오했다..
4권에서는 비로소 느끼게 된 백해준의 빈자리를 깨달은 문시진이 해준에게 가서 매달리고, 사과하고, 사무치게 후회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후회공이라는 키워드에 그렇게까지 매력을 느끼는 편은 아니라서 문시진이 정말 징하게 싫었다. ㅜ 그렇게 남 거절 못하고, 순수했던 해준이가 차가운 얼굴로 보고싶지 않다고 시진을 밀어내는 장면이 해준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 속상했다. 1~3권에서 시진이 해준을 사랑하지 않았다라기보다는, 시진은 사랑 자체가 무엇인지 몰랐고 그마저도 어긋난 표현방식으로 해준에게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었다는, 시진의 본의 아닌 배경이 숨어 있지만 과연 시진은 그렇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강압적으로 해준의 감정을 멋대로 판정지을 자격이 있었는가?,. 라는 문제에서 보면 시진은 정말 스레기 중에 개스레기였으므로 4권에서 절절하게 눈물흘리며 해준에게 용서를 구할 때도 식은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나온 베타 이물질(이름도 기억 안남)도 문시진의 뒤틀린 성격을 보여주려는 장치였으리라 싶지만, 그렇게 비중있게 다뤄진 것도 아니였고, 해준이 그렇게나 싫어하는 폭력으로, 해준이 모르게 사람을 처리하고 다녔다는 면 자체가 이미 비호감이였어서 굉장히 읽기가 껄끄러웠다.
물론 후회공이라는 키워드 중심에서 봤을 땐 문시진은 전형적인, 극단적으로는 왕도적인 후회공 중의 후회공이기에.. 키워드만 잘 맞으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 줄거리이다. 이 판에서 '너무 쓰레기같은 공'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혹평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매력이 되기도 하니.. 말은 아끼겠지만 나에게는 취향이 안 맞아도 너무나도 안 맞았다.
해준이 가정폭력을 당하며 자라왔다는 배경, 문시진이 방치 가정에서 자라왔다는 무겁고 무거운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깊은 상처를 메워가고 보듬어가는 내용이 아닌, 서로의 상처를 후벼파고 얼버무리는 짓만 1~3권에서 내내 해대고 있기에 읽기가 참으로 곤란하고 아쉬웠다. 후회공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그런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기는 하지만.... 해준과 시진 사이에 친한 형동생이었다는 관계를 제외하고, 해준이 시진에게 강렬하게 이끌릴 수밖에 없는 요인, 또 동시에 시진이 해준에게 강렬하게 이끌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 특별하게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내가 내린 부정적인 평가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 해준은 시진에게 멋지고 완벽한 선배이자 형이라는 인상 외에 무엇을 갖고 있었을까? 하면 특별히 없는 것 같고, 시진은 해준에게 순수한 동생이자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인상 외에 무엇을 갖고 있었을까 하면 또 그것도 특별히 없는 것 같다....
문 앤 백은 마치.. 필력이나 장면 묘사능력은 뛰어나지만 캐릭터에게 있어서, 줄거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조금씩 놓친 것 같아 아쉬운 인상이 남았다. 해준이가 초~중반에서 조금만 더 능동적인 아이로 묘사되었더라면, 시진이 해준에 대한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장면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